삼방리 느티나무에서
안기필
630여 년을
묵묵히 지켜온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위풍당당하다
죽은 사람의 소원을 간직한
역사의 산증인 노거수 느티나무가
우둥퉁한 다리로 우뚝 서서 양팔을 벌리고 오라 한다
푸른 잎을 양 갈래로 묶어 따고
저 홀로 알 수 없는 기운을 스스로 뻗치며
저 임진강 물밑으로 흐르는 활화산 에너지가
이미 백두의 끄트머리에 다가서고 있다
영묘제 허리를 한 바퀴 휘돌고
세상 풍파 비바람을 이겨낸
신령스런 나무 한 그루가
지금은
삼방리 삼거리에서
느티나무 할아방되어 고고히 반기고 있다
▲ 파주시 최고령 노거수 : 법원읍 삼방리에 산21에 있는 약 640년된 느티나무(26호)
조선시대 건국 시기에 심겨진 삼방리 느티나무는 파주 최고령 생명체로 시대의 굴곡과 파주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모습이 외형상으로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 느티나무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셋째 왕자인 익안대군의 부인 정경옹주 철원최씨의 묘역을 조성할 당시 이를 기리고 지표로 삼기 위해 심은 것으로 추정된다. 부인 최씨가 세상을 떴을 때 남편인익안대군과 합장하려 했으나, 이곳을 지날 당시 상여꾼들의 발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아 이 자리에 묘를 썼다고 전해온다.
안기필 시인
계간「창작산맥」신인상 등단/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회원, 창작산맥 회원, 시쓰는사람들 동인, 풍류문학 회장/cafe, 소반의 하루 대표(법원읍)/공저시집「바람의 모서리를 돌아서면」,「이정표가 가리키는 곳」등 다수/시집「갇힌 바람이 멈추어 버린 나인지도 모르게」가 있다/(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