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문산읍 장산리 들판에는 매년 11월부터 3월까지만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이 특별한 식당을 16년째 운영하고 있는 윤도영 임진강생태보존회 이사장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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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영 임진강생태보존회 이사장 |
- 이 식당을 찾는 주요 고객은?
▲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다. 전 세계에 약 2만여 마리의 독수리가 살고 있으며, 2천5백여 마리가 매년 겨울 몽골에서 한국으로 날아오고, 그중 2백 마리에서 많게는 7백여 마리가 파주에서 겨울을 난다.
특별히 독수리에게 먹이를 주게 된 계기는?
▲ 파주를 찾는 독수리는 ‘사냥 못 하는 독수리(Vulture)’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사냥 능력이 없어 죽은 동물 사체를 먹고 사는데, 야생에서 먹이가 부족해져 굶주리는 독수리의 생존 확률이 20% 미만이라고 한다. 인간의 보호가 필요한 동물이란 걸 깨닫고 16년째 호주머니를 털어 먹이를 주고 있다.
- 독수리 식당의 메뉴와 한 번에 제공하는 양은 어느 정도인지?
▲ 돼지와 소, 닭 등의 부산물을 주 3회(화·목·토) 하루에 2~300kg 정도 제공한다. 독수리 한 마리가 1kg 가까이 먹는데, 배불리 먹기에는 모자란 양이지만 독수리 먹이 공급 체계가 구축되어 안정적인 월동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지차체의 지원은?
▲전혀 없다. 앞서 얘기했듯 호주머니를 털어 한지 16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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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노풍호 임진강생태보존회 회원 제공) |
- 시의 지원 없이 먹이 비용을 사비로 감당하기엔 상당한 양이다. 어떻게 이 활동을 꾸준히 지속하셨는지?
▲2009년도에 처음 시작해서 혼자 7년여간 먹이를 주었는데 만만치 않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노동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2016년도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 임진강생태보존회 환경단체를 조직했고, 8년이 지난 올해 6월에 환경부의 인가를 받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 전환했다. 현재 4백여 명의 임진강생태보존회 회원들과 함께 십시일반 모은 사비와 회비로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 임진강생태보존회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임진강의 귀중한 자연과 생태계를 보존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단체이다. 독수리와 같은 철새 보호뿐만 아니라 임진강 수질 및 생태조사, 어족자원조사, 임진강지류 정화 작업, 외래 풀 제거작업, 문화재 발굴, 지역관광콘텐츠 개발, 생태학교 운영, 생태환경 사진전 등 다양한 환경보전 활동을 통해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임진강생태보존회를 운영하며 느낀 점은?
▲ 파주는 생태, 환경, 문화, 역사, 평화 이것이 다 깃들어 있다. 그럼에도 파주시가 파주 전역에 산재해 있는 관광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게 너무나 안타깝다. 파주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진짜 파주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타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체류형 관광지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파주시는 풍부한 생태자원을 바탕으로 두고도 손을 놓고 있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는지?
▲임진강과 DMZ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현재 민간에서 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 노력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호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 환경센터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임진강 생태환경을 우리가 책임질게” 하는 센터가 건립되면, 체계적인 보호와 학술 연구의 거점 역할을 이행할 수 있다. 더불어, 생태 체험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는가? 파주시가 자연을 사랑하는 다양한 연령대 및 계층에게 자연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생태 관광 명소로 발전되길 소망한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린다.
▲쉽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움직이기 때문에 세상이 또 돌아가는 것 같다. 간혹 “독수리 밥을 왜 줘? 나 살기도 힘든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돕지 않으면 독수리가 독수리를 도와 살릴 수 없다. 우리가 보호하지 않으면 앞으로 독수리를 몇 년 더 보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독수리뿐만 아니라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 그런 것들이 우리가 지향하는 일이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