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운동가로 잘 알려진 이용남 사진작가가 40여 년 전 민주화 현장의 평범한 시민들을 카메라에 담은 사진집 ‘민주주의를 지킨 사람들’을 펴내고 지난 19일 파주시 조리읍 평화뮤지엄 S827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저자와의 대화와 사인회, 차담회 등으로 진행돼 오랜 세월 필름 속에 잠들어 있던 민주주의 투쟁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모습을 다시 마주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구름바다 출판사가 펴낸 이 사진집은 1980년대 후반 민주화운동 현장을 중심으로 최루탄 연기와 화염병이 뒤엉킨 거리에서 살아가던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보다 매캐한 최루탄 연기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출근길을 걸었던 시민, 노점상을 지키던 상인, 서로에게 손수건을 건네던 이름 없는 이웃들의 힘겨운 모습이 한 컷 한 컷 생생하게 살아있다. 사진집은 ‘하얀 거리’, ‘민주화 운동’, ‘시민’, ‘연행’ 등 네 부분으로 구성됐다.
이용남 작가는 사진집에서 민주화의 주역을 거리에서 묵묵히 걷고 버텨낸 시민들에게서 찾으며, 이 책을 당시 시민들에게 바치는 기록이자 헌사로 설명한다.
이 사진작가는 “이 사진집은 어떤 거창한 역사를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라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고, 함성을 질러야 할 때 함성을 지르는 고도의 연대감 속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역사의 진짜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해 온 ‘보통의 시민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기록”이라고 말했다.
추천사를 쓴 윤후덕 국회의원은 사진이 단순히 과거를 증언하는 자료를 넘어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 됐다는 취지로 평가하며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이 사진집을 통해 우리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올곧음을 전해준다”고 밝혔다. 시인 조정은 이용남 작가를 현장을 돌파해 길을 내는 시인에 비유하며 그의 사진이 약자와 시민을 향한 연대의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아내 김혜경 씨는 “남편은 언제나 약하고, 어리고, 힘없는 사람편에 섰습니다. 남편은 물러서는 법도 모르고, 그래서 남편은 항상 치열했고 치열했기에 좌절과 고통도 많았지만 남편에게 손을 내 밀고 응원하는 것도 늘 약자들과 이웃들이었습니다”라고 말하고 이어 “40년 동안 필름 속에 잠들어 있던 기록을 다시 마주하며 남편의 청춘과 그 시대를 버텨낸 이웃들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라며 아름다운 고집과 열정에 깊은 경의와 사랑을 보냈다.
파주 출신인 이용남 작가는 지난 40여 년 동안 노동현장과 민주화운동, 미군 기지촌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현장을 기록해 왔다. 『우리 땅 이야기』, 『자연마을 사람들』, 『어머니의 손수건』, 『리비교와 장마루 사람들』 등 여러 사진집도 펴냈다. 국내를 넘어 미국 뉴욕, 독일 카셀, 일본 오키나와 등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40년 동안 그의 카메라는 화려한 중심보다 역사의 가장자리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이번 사진집은 한 사진작가의 40년을 정리하는 작업인 동시에, 필름 속 이름 없는 시민들을 다시 역사의 주인공으로 불러낸 기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고기석 기자 koks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