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축제인 줄 알고 왔는데, 파주의 가을을 제대로 즐기게 됐다.”
가을이면 임진각의 풍경이 조금 달라진다. 철책 너머로 이어지는 접경의 풍경 사이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이고, 6년이라는 시간을 견뎌낸 인삼의 향이 축제장을 채운다.
오는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임진각광장과 평화누리 일원에서 ‘제21회 파주개성인삼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의 핵심은 단순히 ‘인삼을 판매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파주의 대표 농산물인 6년근 파주개성인삼과 장단삼백(쌀·콩·인삼)을 중심으로 먹거리와 체험, 공연, 전시를 한데 묶어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보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축제로 꾸몄다.
올해 주제도 눈길을 끈다.
‘함께 달리고, 함께 즐기고, 다시 뛰는 파주개성인삼축제.’
분단과 경계의 상징으로 인식돼온 임진각을 사람들이 찾아와 걷고, 먹고, 웃고,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농업과 관광, 지역경제와 평화관광을 하나의 축제 안에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의 주인공은 6년근 파주개성인삼이다.
축제장에 출하되는 인삼은 6년근을 기준으로 선별하며, 파주시는 재배부터 수확·선별·봉인까지 관리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농민에게 6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한 해 농사를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땅과 함께 보내야 한다. 그래서 축제장에서 만나는 인삼 한 뿌리에는 농민들의 기다림과 땀이 함께 담겨 있다.
올해 축제는 이 같은 농업의 가치를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볼거리·먹거리·놀거리’를 대폭 강화했다.
전국 25개 팀이 참가하는 ‘장단삼백요리 전국 경연대회’에서는 장단콩과 개성인삼, 한수위 파주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펼쳐진다. 파주의 농산물을 단순히 진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먹고 즐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자리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인삼비빔밥 만들기, 인삼건강마라톤, 파주개성인삼전시관, 인삼 활용 요리 전시관 등이 운영되고 거리공연과 무대공연도 축제의 분위기를 더한다.
특히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허준 약방 한방촌’은 눈여겨볼 만하다.
‘동의보감’의 역사성과 인삼 문화를 접목한 체험형 공간으로, 초가집 2동을 전통 약방과 인삼차 시음 공간으로 구성했다. 약초를 직접 다듬는 모습도 현장에서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우리 약초 문화를 배우는 공간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될 전망이다.
낮뿐만 아니라 밤의 임진각도 축제장이 된다.
야간 프로그램 ‘달빛극장’에서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상영해 임진각의 밤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한다. 낮에는 농산물을 만나고, 저녁에는 문화와 풍경을 즐기는 체류형 축제로 확장하는 셈이다.
지역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장터도 빼놓을 수 없다.
파주개성인삼과 가공품을 비롯해 파주 농특산물과 향토음식 등을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축제 기간 인삼과 농특산물 직거래를 통해 소비자는 비교적 부담을 낮추고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인삼 명인을 찾아라’ 프로그램에서는 우수 인삼을 선정하고 현장 경매까지 진행해 농민들이 정성껏 키운 인삼의 가치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교통과 이동 편의도 챙겼다.
유모차를 이용하는 가족이나 어르신들도 축제장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주요 지점을 순환하는 ‘투어링카’를 운영한다.
파주개성인삼축제가 해마다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이유는 결국 인삼 하나에만 있지 않다.
농민에게는 6년의 결실을 알리는 자리이고, 소비자에게는 파주의 좋은 농산물을 만나는 장터이며, 가족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나들이 공간이다.
여기에 임진각이라는 파주만의 장소성이 더해진다.
평화와 분단을 상징하는 공간에서 농민들이 키워낸 생명의 결실을 나누고, 사람들이 모여 지역의 농산물을 사고 문화를 즐긴다.
경계의 공간이 사람이 머무는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송호철 파주시 도시농업과장은 “파주개성인삼축제는 단순히 인삼을 판매하는 자리가 아니라 농민들이 6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키워낸 결실을 시민과 나누는 자리”라며 “올해는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며 파주 농산물의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앞으로도 장단삼백과 임진각의 안보·평화관광 자원을 연계해 농업과 관광이 함께 성장하는 파주의 대표 축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올가을,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
6년을 기다린 인삼을 만나러, 가족과 함께 임진각으로 가보자.
그곳에는 인삼 한 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파주 농민의 시간과 파주의 가을, 그리고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